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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상징물 유감
작성자 관** 등록일 2017-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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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의 구화(區花)는 목련(木蓮)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영등포의 구화를 목련으로 정했는지 모를 일이다.

 

사실 조선시대 영등포를 대표할 만한 꽃은 당산동의 해당화(海棠花)였다.

지금의 당산동은 조선 정조(正祖) 이전에는 금천현(衿川縣) 상북면(上北面 )당산리(堂山里)였는데 당시 당산리를 당산리(棠山里)로 표기한 적이 있었을 정도였다.

당(棠)은 해당화를 뜻하는 한자이다. 1757년에서 1765년 사이에 편찬된 <<여지도서(輿地圖書)>> <금천현(衿川縣)>을 보면 당산리가 당산리(棠山里)로 표기되어 있다.

 

당산동이 당산동이 된 것은 당산(堂山)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당산이 당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그곳에 당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당산동에 부군당(府君堂)이 있다. 부군당 부근이 아마도 당산이었을 것이다.

 

부군당은 서울 경기 지역에서 마을을 지키는 신을 모셔놓는 당집을 일컫는 말이다.

당집이 있어 당산이라고 했다면 당산은 당연히 당산(堂山)이라고 표기해야 옳고, 또 당연하게 그렇게 표기하고 있지만 당산을 당산(堂山)으로만 표기했던 것은 아니다.

<<여지도서>> <금천현>을 보면 당산이 소개되어 있는데 거기에는 당산리(棠山里)와 마찬가지로 당산(棠山)으로 표기되어 있다.

 

그리고 당산(棠山)에 대하여

당산(棠山)은 금천현(衿川縣)의 읍치(邑治)에서 20리(里)에 있다. 양화진(楊花津) 가 산(山) 앞의 한강(漢江)에 흰 모래가 명주비단과 같은데 해당화(海棠花)가 흐드러지게 핀다. 옛날 중국의 사신이 왕래할 때에 배를 멈추고 두루 다니며 구경하였다고 하였다.

 

마치 당산을 한강 가 흰 모래밭에 핀 해당화 때문에 당산(棠山)이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당산(棠山)이 있는 마을이니 당연히 당산리(棠山里)라고 표기하여야 맞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듯하다.

물론 여기에 등장하는 당산리(棠山里)가 당산리(堂山里)를 지칭하고, 당산(棠山)이 당산(堂山)을 지칭한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여지도서>>의 기록은 해당화의 실상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지금으로서는 확인할 수 없지만 옛날 당산 앞 한강 가 흰 모래밭에 해당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중국(中國) 사신이 배를 멈추고 두루 다니며 그곳을 구경했다는 이야기도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했다고 생각된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을 보면 중국사신이 양화도에서 유람을 했다는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산은 당산(堂山)으로 표기해야 하고, 당산리는 당산리(堂山里)로 표기해야 제대로 된 표기가 될 것이다.

<<여지도서>>보다 불과 이삼십년 후인 1789년에 편찬된 <<호구총수(戶口總數)>>를 보면

당산리는 당산리(堂山里)로 표기되어 있고, 이후 나온 모든 지리서(地理書)들에도 당산리는 당산리(堂山里)로 표기되어 있다.

 

또한 당산(棠山)에 대한 기록도 <<여지도서>>가 유일하다.

이와 같은 사실은 역시 당산리는 당산리(堂山里)이고, 당산은 당산(堂山)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어쨌거나 <<여지도서>>의 기록은 해당화가 영등포를 대표할 만한 꽃이라는 사실을 말해 주는 귀중한 사료이다. 실제로 당산 앞 한강 가 흰 모래밭에 해당화가 좋아 당산이 당산(棠山)이라는 설(說)이 민간에서 만들어졌고, 그와 같은 사실이 <<여지도서>>를 편찬할 때 반영되어 그와 같은 기록이 있게 되었을 거라 생각기 때문이다.

 

해당화는 정말 기품이 있는 꽃이다.

모란이 꽃 중의 왕으로 부귀를 상징한다면 해당화는 꽃 중의 신선(神仙)으로 탈속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조선 숙종 때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이 지은 <<산림경제(山林經濟)>>를 보면 중국 명나라 때 전여성(田汝成)이 지은 <<거가필용(居家必用)>>이란 책을 인용하여 중국사람들은 해당화를 꽃 중의 신선(神仙)이라고 한다고 하였다.

 

그런 까닭으로 옛날 선비들이 기를 만한 꽃을 꼽을 때 해당화가 빠지지 않았다.

문득 당산동 한강 가에 명주비단 같은 흰 모래가 펼쳐진 속에 해당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흰 모래 사장도, 흐드러지게 핀 해당화도 상상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림이다. 개발이나 정비를 안 할 수야 없겠지만 개발이나 정비라는 미명 하에 우리도 모르게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 많다.

 

각설하고 영등포에는 구에서 정한 여러 가지 상징물들이 있다.

은행나무 청둥오리 영롱이 등과 함께 목련도 그 하나이다. 그러나 상징물이란 상징하는 대상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 역사 의미 가치 미래 지향 등을 총체적으로 드러내 보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몇몇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짜낸 아이디어로 상징물을 삼아가지고는 될 일이 아니다.

그럴 때 상징물은 상징물일뿐 상징물과 대상 사이에서 아무런 관련성도 찾을 수 없게 되고, 상징물로 대상을 나타내려는 의도는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영등포의 상징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위와 같은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

도대체 목련을 보고 영등포를 떠올리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될까?

은행나무를 보고 영등포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될까?

영롱이를 보고 영등포의 미래를 떠올리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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