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공장과 직원들이 몇 백 명되는, 그 공장 직원인 것이 자랑스러우려면 그에 걸맞은 높은 굴뚝이 있어야 된다. 붉은색과 하얀색으로 페인트칠 한 높은 굴뚝은 직원들 어깨까지 으쓱하게 해준다. 밤에 붉게 빛나는 교회 첨탑의 십자가만큼이나 하늘에 닿을 듯한 멋진 굴뚝은 영등포 곳곳에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을 거다. 나는 2010년도에 영등포에 들어왔다. 그때는, 전해 듣던 굴지의 공장들은 지방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는 아파트나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섰다. 내가 본 굴뚝은 대림역쯤의 BYC공장-그 굴뚝은 2017년인가 철거됐다. 그리고 양평동 롯데제과 공장에 있는 굴뚝이다. 더 있는지는 모르겠다. 영등포는 철길을 두고 위쪽인 영등포동, 문래동, 양평동, 당산동은 대부분 공장지대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공장들은 다 굴뚝을 갖고 있었을 거다. 남아있는 굴뚝은 산업도시의 상징이다. 예전, 사람들로 북적되던 영광의 기억을 간직한 채 색 바래 쓸모가 없어진 굴뚝은 수십 성상을 한자리에 서있는 붉은 벽돌 담장같이 얼마를 더 지켜봐야 할지 모른다. 길 건너에 자그마한 표지석이 하나 있고 ‘만세운동 시위 터‘임을 알려준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던 게다. 오랜 풍상 버티어온 저 굴뚝에게도 공장 한 귀퉁이에라도 그 시절의 고단함을 기억하게 했으면 좋겠다. ■대한독립만세운동 시위 터 1919. 3. 23. 영등포면 양평리, 이곳에서 300여명이 만세운동을 벌여 일제의 부당함을 널리 알리다 2022. 3. 1. 영등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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